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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생각의 기술

논리학이 네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요

생각의 기술 책 표지

«생각의 기술»은 코디정이라는 사람이 썼습니다. 뭐하는 사람일까요? 나름 유명한 사람인 듯 합니다. 5만명 구독자가 있는 채널 코디정의 지식채널을 운영하고 계시군요. 유튜브를 본 적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이 책은 사내 스터디로 접했습니다. 팀장님의 추천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팀장님에게 저자에 대한 정보도 함께 들었었죠.

저자는 IT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 엔지니어에게 친숙한 용어도 잘 쓴다고 했습니다. 동의합니다.

이 책. 논리학 소개가 주된 내용입니다. 우리가 친숙한 수리 논리학 말고, 옛날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정립된 일반 논리학입니다. 다소 낯선 개념이 등장합니다. 논리는 인간 공통의 머리 구조라고 정의를 딱 내립니다. 이 논리학이라는 학문의 연구 대상은 내용이 아니라 구조(형식) 입니다. 따라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단어(개념)가 탄생하고, 표상과 생각(판단)을 분리하고, 생각을 연결하여 추론을 만들어내는 등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합니다.

꽃은 예쁘다라는 문장은 수리 논리학에서는 명제가 아닙니다. 참과 거짓을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 논리학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판단이고 명제입니다.

꽃밭

저는 이 책을 통해 통찰을 하나 얻었습니다. 이전에는 쉽게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신림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멋대로 판단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싫었습니다. 뭐가 잘났다고 욕하는 거지? 그 상황을 깊이 이해한 사람만이 평가를 내릴 수 있고, 나를 포함하여 맥락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은 판단을 내리지 말고 겸손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조금 오류가 섞여있더라도 판단을 내리는 게 낫다고 주장합니다.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오류도 없고 바로잡을 것도 없다고 합니다. 읽다보니 그게 맞네요.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근거를 선택해야 합니다.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정말로 근거가 부족하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건지, 아니면 게을러서 근거를 수집하지 않은 건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살인사건에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게 더 정확했습니다. 아니면 분노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도.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개념을 뭉뚱그린 채 표상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이 책에 따르면, 표상적인 사람보다는 논리적인 사람이 낫다고 합니다. 표상적인 사람은 머릿속에 개념을 흐르는 상태로 두며 판단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논리적인 사람은 개념을 연결하고 판단하여 생각을 해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제게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많습니다.

첫째, 스스로에 대한 판단입니다. 저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말하기를 주저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아를 검열하고자 하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도 힘듭니다. 감정은 감정대로 흘러가더랍니다. 지금 이 순간 기분이 왜 좋은지 왜 나쁜지 명확히 인지가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제게 무던한 인간이라며 높게 평가하지만, 가족과 함께 지낼 때에는 여러모로 불편합니다.

둘째, 에 대한 판단입니다. 나름 근거 있게 일을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직하고 새 회사에서 일하면서 감각대로 처리했던 일이 많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 태도로는 논리적인 사람을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의식적인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문제인가? 문제라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가(우선순위)? 해결 방법은 어떤 게 있나? 각 해결 방법의 장단점, 또 그에 따른 결정까지. 이를 이력서와 면접에까지 녹여낼 수 있다면 커리어에 크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인사이트를 주는 책은 흔치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따봉을 줍니다.

눈물을 흘리며 따봉을 드는 고양이

이 책에서는 대전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장이라는 걸 할 때에는 근거(소전제) 를 들어서 결론을 내곤 하는데, 거기에는 대전제라는 게 이미 깔려있다는 겁니다. 대전제라는 구조는 사람마다 동일하겠지만, 그 자리에 사람마다 다른 내용이 들어가있다면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규칙은 필요할 때만 있으면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규칙이 없는 채로 난잡하게 진행하다가 비로소 필요한 시점에 규칙을 도입하는 거죠. 제게 이런 사고방식은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어떤 동료는 규칙이 있는 게 Default 였던 겁니다! 그 사람은 규칙을 적용하기 힘들 때만 안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규칙이 있는 상태가 너무 자연스러운 겁니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불협화음이 도대체 어디서 시작되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는데, 책을 보고 나서 상황이 조금 더 명확히 보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설득하려면 그 사람 스스로 대전제에 금이 가도록 하는 방법 말곤 없다고 합니다. 즉 제가 그 동료를 설득하려면 규칙을 적용하기 힘들 때만 안하면 된다라는 대전제가 옳지 않다는 쪽으로 살살 구슬려야 한다는 거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렇게 개발해온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는, 간단히 생각만 해봐도 엄청난 챌린지겠지요.? 최소 2-3년은 밀착해서 구슬려야 그 대전제가 물렁해지지 않을까요?(그나저나 시간이 흐르다보니 제 대전제도 살짝 물렁해졌습니다.)

타협할 수 있는 어느 중간의 지점으로 가든지, 아니면 양쪽이 모두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더 넓은 대전제를 확실하게 정해야 합니다. 제3의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대전제 토대 모형 그림

얼마전 젊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의 업무를 왜 하고 싶었냐고 물었더니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라는 개념에 깔린 대전제를 잠깐 생각해봅니다. 해야 하는 걸 하는 거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거고, 취미활동이 아니라는게 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 대답은 우리의 대전제를 정면으로 들이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머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라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와도 이상하지 않죠.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내 맘대로라는 것에 일에 대한 책임감도 포함되어 있기도 했고, 하여튼 그렇게 막장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 머릿속에 있는 개념이 언어로 튀어나올 때 일반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죠.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해줬습니다. 단어 선택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점을 익혔으면 좋겠네요.


요약입니다.

  • 사내스터디로 «생각의 기술»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논리학을 다룬다.
  • 내 개인적인 성향, 커리어적인 측면, 동료와의 불협화음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 추천한다.